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스포일러 왕창)
1. 으아 다행이야 ㅠㅠ 통했어 ㅠㅠㅠ 싱어놈이 해냈다 ㅠㅠㅠ 싱어더러 놈놈하는 거 치고는 슈퍼맨 리턴즈도 잘 봤고 엑스맨 3도 그리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만 그래도 이제야 돌아와서 브랫 레트너와 폭스사가 깽판치고 간 엑스맨 3 수습해주는 너란 새끼 엑스맨 감독새끼 ㅠㅠ
2. 매튜 본도 나쁜 감독은 아니다만 이름값과 돈값의 차이가 이리 날 줄이야. 액션과 시나리오의 때깔이 다르네. 아직까지도 엑퍼클 각본을 좀 우습게 보고 있는 1인....
3. 에릭 랜셔 이 놈의 집나간 호로색...... 아 진정진정. 그래 이래야 에릭 랜셔지. 이 색히가 이러는 거 하루 이틀 일인가. 원래 이런 놈이었지. 이따구로 굴지 않으면 매그니토가 아니지. 레이븐이 왜 떠났는지 알겠다. 그걸 그나마 남아있던 여린 마음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해도 상관없는데 정말 엑퍼클에서 쇼 죽이면서 다 떨궈냈나보다. 찰스 앞에서는 가끔 부드러운 얼굴을 하긴 해도 그런 걸 두고 우린 옛일을 추억한다고 하지. 로건과는 무려 구하러 와준 사람으로 처음 만났는데도 시종일관 사이가 나쁜데다 나중에는 손속이 잔인할 정도로 거침없어서 그냥 저 둘은 이념이니 진영이니 하기 전에 생겨먹기가 상성이 안맞는 구나 싶었다. 전마누라라도 딴놈이랑 붙어있으니 배알이 꼴리냐 이 싸가지바빔바야
4. 난 찰스가 어느 정도 망가져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극적으로 망가져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게다가 여전히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자기최면인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있었다. 엑퍼클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엑데퓨에서도 선생들이랑 학생들이 전쟁에 징집되기 전까지는 꽤 멀쩡하게 살았던 듯 한데? 새삼스레 에릭과 레이븐을 잃었던 것을 타락의 이유로 삼기엔 좀 적당해보이는 핑계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흥미로운 건 이 지경이 되어서도 찰스 프란시스 이그재비어는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서 계시를 얻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기가 무엇이 될지 항상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한 자비에 교수는 세계 기성종교에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선지자와 성인들을 한 몸에 집약시켜놓은 것 같은 포스를 내뿜으며 과거의 자신조차 인도하는데 아 진짜 저런 사람과 저 사람의 인도나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서 관계맺기는 거의 불가능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죽기 직전까지 뻗대고 나돈건가 매그니토옹
5. 그리고 여전히 증오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만큼은 거부하는 찰스 자비에씨. 에릭은 어차피 제멋대로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고 레이븐은 이미 치떨리게 깨달았는지 오빠를 사랑해도 아직까지는 '집'이라 불릴 만한 유일한 장소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는 듯 한데 그 둘은 그렇다쳐도 엑퍼클에서부터 함께 해왔던 애들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밴시도 실험당해 죽었다고 나오던데 찰스는 그렇게 자기 학생들을 잃고도 상실과 고통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릴 지언정 복수의 의지를 품을 생각만큼은 안했다는 거잖아. 어쩌면 이 사람은 증오의 힘으로 움직이는 걸 거부하는게 아니라 아예 그런 능력 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찰스 자비에였는데 그래봤자 여전히 찰스 자비에라서 저 사람을 개인 대 개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정말 사무치게.... 그래봤자 에릭놈은 전혀 안불쌍하고. 그래서 삐뚤어진 거 같기는 하더라. 어쨌거나 지 성질 다 부리고 사는데 멋모르고 당하는 엑스트라 호모 사피엔스들이 훨씬 불쌍함. 이건 내가 인간이라 하는 소리가 아니여.
6. 레이븐으로 호되게 겪었으니 진 그레이한테는 실패하지 않으려나. 울버린도 엑스맨 3에서 피닉스를 봉인하는 자비에 교수한테 그런 말 했던 것 같은데. 무슨 권리로 남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냐고. 솔직히 3편에서 피닉스가 자비에 교수를 아작내는 꼴을 보면서 저건 자업자득이네 싶었다. 남들 다 욕하는 브랫 레트너의 진짜인듯 가짜인듯 가짜같은 엑스맨 3에 내가 좀 관대한 이유는 남들은 캐릭터에서 벗어났다고 욕하는 몇몇 장면들이 내가 보기에는 그 캐릭터의 핵심을 잡은 장면 같아서다. 솔직히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걸로 퉁치기엔 너무 위험해보이자 그냥 정신억압해버리는 자비에 교수나 미스틱이 큐어맞고 인간이 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내쳐버리는 매그니토는 엑데퓨 경험이 없다고 친다면 이 두 캐릭터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에 고스란히 빠져있는 모습 그대로다. 아니다. 매그니토는 엑데퓨가 있건 말건 여전할거다. 영감탱이 내가 보기엔 딱 그런 놈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껴도 그건 내 동족들에 대한 거라 이거지. 원래 매그니토가 그런 캐릭터 아닌가. 뮤턴트 레이시스트이자 파시스트. 미워하면서 닮아간 전형적인 인물. 그 동기나 심리의 구조가 찰스 자비에의 그것보단 훨씬 '인간적'이고 우리가 이해하기 쉬워서 그렇지 딱 거기까지가 한계인 캐릭터 맞는 거 같은데.
7. 에릭색히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드는 분들 로건찰스의 품으로 오세요~ 늙지 않는 짐승남서방이에요. 이런 설정 일부러 짜면 너무 구라에다 소망충족 판타지라고 욕먹을 거예요 (게다가 정신연령은 연하남. 진성연하남을 원하시면 자매품 행크찰스~) 엑데퓨 이후 바뀐 미래에서 로건이 1973년 이후 역사를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할때 교수님 표정 정말 짠했다. 난 왜 이런 거에 약하지. 내가 가장 약하고 어리석었던 순간 나를 찾아와준 그 남자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교수님.
8. 엑퍼클을 찍을 당시에는 마이클 패스밴더가 한참 핫했고 요즘 대세는 누가 뭐래도 제니퍼 로렌스. 엑퍼클때도 사실 에찰케미에 가려져서 그렇지 스토리로만 보자면 미스틱의 성장기나 마찬가지였다. 엑데퓨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미스틱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에릭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기까지 한다. 다 같이 따라해봐 에릭 개객히 난 니가 다리도 못쓰는 찰스에게 철골조를 쏟아붓는 짓은 참을 수 있었어 하지만 미스틱을 죽이려했던 건 못참아 나는 엑퍼클의 미스틱이 찰스에게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었던 걸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찰스에게 미스틱은 아무리 소중해도 어디까지나 여동생이었고 (심지어 반쯤은 '딸'이기까지 했다. 어쭈구리 이 남자 봐라?) 행크는 미스틱과는 원하는 것이 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릭은.... 찰스는 미스틱이 에릭을 사랑해서 따라간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에릭이나 미스틱이나 서로에게서 찰스를 보는 거 같다. 미스틱 입장에서는 정확히는 찰스라기보다는 찰스의 역할을 에릭이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에릭은 그런 걸 해줄 색히가 아니었던가보다. 미스틱은 이미 한번 탯줄을 잘라본 경험이 있는 만큼 정말 새끈하게 에릭을 떠난 것 같다. 어찌나 유능한지 ㅠㅠ
9. 에릭이 펜타곤 지하감옥을 막 탈출하고 나서 찰스와 재회하는 순간의 케미스트리와 아이퍽킹은 이것이 그 유명한 '이혼 후 재결합'인가! 하고 설렜으나 아니었어......훌쩍 적어도 내 눈엔 디볼스 후 재결합이라기보다는 그냥 미루고 있던 이혼서류에 싸인하고 법원에 제출한 뒤 마음 정리하고 제 갈길 가는 걸로 보이더라. 암만 봐도 찰스는 마지막에 에릭이 스타디움까지 끌고 와 백악관에서 지랄할때 걍 다 내려놓은 것 같았음. 그래 저 자식은 저런 자식이지. 모든 분노와 원망이 사그라드는게 보이더라. 에릭 이 색히는 감정은 남은 거 같은데 다시 잘될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듯. 그런 주제에 행크랑 로건은 보이는 족족 족치고 야이 색히야 로건은 그렇다쳐도 행크까지 ㅠㅠ 목졸렸던 원한이 아직까지 남았냐 ㅠㅠ
10. 근데 기존 엑스맨 시리즈랑 엑퍼클 이후 엑스맨 시리즈의 미스틱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이걸 수습할 생각이나 있나모르겠다. 사실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일단 레베카 로미즌의 늘씬하고 날카롭고 분장으로 덮어씌운 상태에서도 조각같은 미모를 자랑했던 미스틱과 제니퍼 로렌스의 미스틱은 다른 사람인 게 맞는 거 같다. 실제로 제니퍼 로렌스의 이목구비는 분장을 해놓으면 좀 파묻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미스틱 파란분장 안하고서 맨얼굴을 드러냈을 때만 아우라가 못한 게 사실이다.
11. 안나 파퀸이랑 협의가 아예 안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엑스맨 1에서는 로그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는데 ㅠㅠ 로건이랑 케미도 좋았고. 이런 카메오식 출현 ㅠㅠ 잊지 말고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냐 싱어ㅠㅠㅠㅠㅠ
12. 케네디 암살 떡밥을 이렇게 정리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 누구나 케네디가 자기 편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어하긴 하지.
13. 헬파이어클럽 멤버들을 이렇게 처리해버릴 줄은 몰랐다. 아자젤이나 립타이드의 최후에 별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엠마 언니 ㅠㅠㅠㅠ
14. 특별출현 하보크는 귀국해서 집으로 안오고 어디로 갔니 ㅠㅠㅠㅠ
15. 티리온 라니스터 특별출현은 별 감흥 없었고.
16. 스트라이커 대령이 자기 아들 얘기할때마다 가슴이 금즉금즉했던 나 ㅠㅠㅠ
17. 아 맞다! 퀵실버! ㅋㅋㅋㅋㅋㅋㅋ 제일 귀여웠긔 그렇게 활약하고 그대로 사라지다니 슬펐어. 그 와중에 깨알같이 매그니토 아들이란 원설정 냄새는 풍겨주고 갔음. 어벤져스에 나오는 퀵실버랑은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데 얼마 안나와서 슬펐음. 하긴 계속 데리고 다녔다간 너무 캐사기캐라 이야기가 안될 지도 모르겠더라.
18. 에릭/찰스보다는 에릭찰스레이븐의 정확하게 화살표가 어디로 꽂히고 있는지 당사자들도 모르는 삼각관계가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호모질은 안할 듯. 이제까지 열심히 팔았던 거 치고는 로건찰스도 영화에 묘사된 것 이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19. 휴 잭맨이 나온 다른 영화를 몇개 본 적이 없긴 한데 이 사람도 상대역이 남자든 여자든 케미가 잘 사는 타입같다. 케미의 왕 맥어보이랑 한 화면에 잡히니 딱히 성적 긴장감이 아닌데도 화면이 꽉 차는 느낌. 마초마초한 캐릭터인데도 남캐든 여캐든 엑스맨 시리즈 내내 울버린이랑 합이 안맞는 배역을 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매그니토(올드 영 둘 다)랑도 사이가 나쁘면 나쁜 대로의 케미가 있다. 그에 반해 패스밴더는 캐릭터 소화력과는 별개로 상대배우랑 합이 항상 잘 맞는 거 같지는 않고. 그냥 매그니토 역이 잘하는 듯. 아무튼 이로써 휴 잭맨은 원작 코믹스 영화 시리즈 사상 최다 출현기록을 세웠다.
20. 반드시 전작들을 보고 가야할 영화. 안봐도 재미있어요란 말 별로 안믿는다. 유머는 물론 의미심장한 대사의 대부분을 이해못할 것임. 특히 울버린이 1973년으로 오자마자 힘 뙇 줬는데 아다만티움이 아니라 뼈가 나올때 그 미묘한 표정 내지는 금속탐지기에 걸리지 않을때 뭔가 서운해하는 듯한 표정 ㅋㅋㅋㅋ
21. 원작 코믹스에서는 울버린이 교수님을 '척'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이걸 맨처음 듣고 좋아서 뒤집어졌던 경험이 있다. 자비에 교수가 맥어보이의 얼굴을 하고 나온 이후로 난 계속해서 누군가 교수님 버전이어도 좋고 찰스 버전이어도 좋으니 자비에 교수를 '찰리'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 근데 '척'은 '찰리'보다 더한 애칭으로 여자나 어린애, 특히 남자가 부인이나 애인을 부를때 쓰는 애칭이다. 응용수학 수사극을 표방한 희대의 형제애물 넘버스에서는 형 돈이 동생 찰리를 놀려먹을 때마다 이 애칭을 쓰는데 약올리려고 그렇게 부른다는 걸 알면서도 보는 내내 어찌나 근질근질하던지. 하지만 이 설정을 팬픽션이나 영화에 적용해볼 생각은 못했는데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하다.
22. 근데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로건찰스 파지는 않을 걸? 이 커플은 앵스트가 없잖아. 그렇다고 에릭찰스도 안쓸 것 같긴 한게 난 엑퍼클때도 에릭 랜셔라는 캐릭터의 매력과는 상관없이 그 남자의 머릿속이나 심리상태가 궁금하거나 흥미로웠던 적은 한번도 없어서.
23. 그러니까 영화적 완성도나 일반관객으로서 나의 미적 기준을 충족시켜주었다는 점과는 별도로 나의 동인적 리비도에 엑데퓨가 기여한 바는 동면해있던 찰스 자비에란 남자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애정을 다시 일깨워주었다는 것 정도? 대단히 인간적인 감정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데 껍질을 벗기고 보면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생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맥어보이는 이것과 유사한 캐릭터를 '듄'에서도 연기한 적이 있다. 맥어보이랑 상관없이 내가 이런 느낌이 드는 캐릭터에 졸라 잘 꽂히는 모양. 영화도 별로 잘 만든 영화가 아니고 현빈의 외모도 연기도 별로였지만 '역린'의 정조 캐릭터도 좀 그런 느낌이라 좋았음. 대단히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 있고 그것을 매우 인간적인 방식으로 표출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그 마음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있는 지를 생각해보면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다는 느낌이랄까.
24. 어쩌면 그건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되어야 할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 특유의 비인간성일 수도 있고. 원래 꿈과 두려움은 진자의 진폭과 같은 것인데 찰스 자비에는 왠지 단 한번도 자기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두려워하거나 망설여본 적이 없을 것 같거든. 근데 이젠 아예 자기의 최종완성형과 만나보기까지 했으니. 행크가 말했던 강물의 표면을 어지럽히기만 할 뿐,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조약돌 비유는 찰스의 미래에 더 잘 들어맞는다. 남자로서의 욕망도 있고 인간으로서의 좌절도 있지만 그 무엇도 그를 프로페서 X로 만드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