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후기라면 책 뒤에 썼잖아? 뭐 또 하고 싶은 말이 남아서?' 예 그러게나 말입니다. ㅜㅜ 자꾸 이렇게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걸 보니 아무래도 제가 쓰고 싶은 걸 다 못썼던 모양이예요. 특히 '이방인'같은 경우에는 자꾸만 미련이 남습니다. 쓰읍, 이게 안좋은 건데... 뒤에 딸린 '등가교환'도 최소한 지금보다 두배는 길었어야 내용은 병맛일지언정 구조적으로 병신은 안됐을 텐데;;
Adaptation에서 Evolution으로 이어지는 도창 시리즈는 다행히도 깔끔하게 빠져나가준 모양입니다. 그 글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는 걸 보면요 ^^; 도원과 창이는 그 뒤로도 계속 그러고 살겠지요. 창이는 계속해서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삽질하고 우울해하고 망설이고 불안해할테고 도원이는 그 복잡다난한 매커니즘을 전혀 이해못하면서도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그 매커니즘에 잘 대처할 겁니다. 그러다가 나연이 말했던 것처럼 창이에게 원한을 품은 맹렬한 복수자들에게 가끔 뒷통수도 맞고 손해도 보고... 단지 살아남으려고 한 것 뿐인데 또 다른 은원을 쌓고... 원작에 안어울리게 리얼리티를 추구해보자면 둘이 함께 축 사망 엔딩을 맞는게 가장 현실적일 겁니다. 야생은 늙고 약해진 맹수에게 냉혹하지요. 척봐도 둘 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오래 살 팔자는 못되보이잖아요.
'이방인'은 사실 쓸 때는 제일 편했던 글입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커플링과 설정만 믿고 시작했는데 쓰는 저도 꽤 즐거웠어요.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젯밥은 21세기에 떨어진 도원의 반응이랄까, 생활상이랄까 뭐 그런 거 였지만 2차 창작의 세계에서 캐릭터화된 '이병헌'은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쓰면서 점점 좋아졌어요. 그는 박창이만큼이나 매력적이고 개성이 강한 인물입니다. 더 좋은 건 박창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죠. 사실 박창이는 겉으로 보이는 요란한 모양새에 비해선 꽤나 단순하고 뻔한 인물이 아닙니까. 저는 제가 만들어낸 '이병헌'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기왕이면 아주 오래오래 우려먹고 싶었는데 ㅠㅠ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못써서 가슴에 삼천원이 마구 적립되었습니다. 도창과는 달리 엎치락 덮치락 권력다툼도 안하고 제 사심이 많이 개입되어서 그랬는지 병꿀이 도원이를 많이 좋아해서 도원이쪽에서 그리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도창으로는 불가능해보이는 이런 저런 훈훈한 시츄에이션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단 말입니다 ㅜㅜ 엉엉 좀만 더 부지런을 떨걸. ;ㅁ; 그럼 본편에 지금보다 씬이 두 개는 더 들어갈 수 있었는데 -_-;) 아니 이건 좀 중요해요. (퍽퍽!!) 애초에 도병 연성을 리퀘했던 게이의 요청도 그 부분이었는데 ㅠㅠ 저도 그걸 해보고 싶어서 그 장황한 사전작업을 벌렸던 거고. ㅠㅠ 허벅지 찌르며 인내했던 그 많은 날들이 원망스럽도다 ㅜㅜ 부엌에서 하는 것도 그걸로는 모자라! 그게 욕실플이라고 우길거면 아예 하지마! 20세기 만주땅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카ㅅㅅ 시츄도 못해보고! 에라이!! (이건뭥미;)
엔딩은... 어쩌다가 생각이 나버렸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전 엔딩이 한번 정해지면 그게 해피든 언해피든 잘 못바꾸겠더라고요; 예외가 하나 있긴 한데... 그건 또 다른 팬픽이고 ㅋㅋㅋ 아마 제게 필요한 시간이 모두 주어졌더라도 이방인의 엔딩은 바뀌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역시 가슴에 삼천원쯤 적립되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 법...(퍽퍽퍽-!) 아니 이게 아니라;; 현대로 떨어진 도원과 병헌은 제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완벽한 커플이었던 것 같아요. 소울메이트라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100% 집중하고 완전히 함몰되어서는 차갑고 냉혹한 현실세계에 대한 도피처로 삼기에 완벽한 상대라는 거죠. 뒤로 갈수록 온 세상에 오직 상대방 한 사람만 있어도 상관없는, 뭐 그런 지경으로까지 감정이 흘러가버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폐쇄된 관계에서 찾을 수 있는 해피엔딩따위는 없다고 믿는 저의 잠재의식이 엔딩을 고따구로 만들어버렸는지도;;
가장 찜찜한 건 역시 '등가교환'입니다! 도병 외전격 우병이라는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글입지요 ㅠㅠ 가지고 있던 애정을 다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찜찜한 이방인과는 달리 등가교환은 그냥 글 자체의 완성도가 엄청나게시리 찜찜합니다 ㅜㅜ 어차피 단편이었으니까 우월이의 캐릭터를 제대로 못 살릴거라는 건 이미 각오하고 들어갔더랬어요. 하지만 너무 짧아 ㅠㅠ 망할 놈의 페이지 ㅠㅠ 사실 그런 20페이지 정도는 더 썼어야 얼추 얼개가 맞는 내용이었는데 ㅠㅠ
하여, 요새 하고 댕기는 짓은 죄다 뒷수습입니다 =_=;; 도원이 대신 만주에 떨어진 우월이 얘기는 안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쿨럭쿨럭;; 왜냐하면 우월이랑 같이 있었던 사람은 창이가 아니라 태구니까요; 그리고 전 캐릭터로서는 태구를 가장 좋아하고 흥미롭다고 여기지만 쓰는 건 정말 싫습니다 ㅠㅠ 이 남자 어렵단 말이예요 ;ㅁ;ㅁ;ㅁ; 일단 도원이랑 병헌이가 아직 함께 살았던 시절,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페이지 관계상 포기해야 했던 이런 저런 씬들, (쿨럭쿨럭;) 그리고 만주로 되돌아간 도원이가 자기도 모르게 우월이의 흔적과 마주치지만 생까고 이제는 더이상 '3천원 짜리'로 생각할 수 없게 된 창이와 만나서 알콩달콩(????) 잘 사는(????) 이야기 등등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은 책에 들어갔어야 하는 글들인데 ㅠㅠ 완결이 나면 꼬박꼬박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나중에 라도 잊지 않고 찾아와주시길 굽실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