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졸랭 속이 쓰리고 모팻의 '아이린 애들러'가 셜록에게 '그 여자'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는 생각도 안들지만 (헹 기껏해야 남자 이용해서 남의 등쳐먹고 살려던 여자가 어디...) 그래도 셜록이 아이린에게 특별한 감정 - '연정'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만한 - 을 품긴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더라.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음. 내가 원작가지고도 홈왓을 민지 경력이 좀 오래되다보니 아무리 단순한 팬의 입장에서 보려고 해도 '기껏 개고생하며 돌투성이 황무지를 잡초 뽑고 돌캐가며 개간해놨더니 어디서 굴러먹던 잡초가... -_-;;;' 싶은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거라. ㅠㅠ 진짜 한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셜존러들의 정신적 안정제가 되어주었던 글을 읽어봐도 별 도움이 안됌. 드라마는 암만 봐도 셜록이 아이린한테 좀 반했음. 그 관계가 파토난 건 CIA니, 모리어티니, 휴대폰 속의 정보니 어쩌니 해봐도 결국 아이린이나 셜록이나 어쨌거나 지가 주도권을 잡고 지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야 하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임. 셜록도 아이린도 진짜 인간관계보다는 상대방에게 '나의 이 쩔어주는 쿨함과 우월함을 보삼!'에 더 집중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저 둘의 관계는 정말 201에 나왔던 그게 다 일 거임. 거기서 끝나는 게 제일 근사하고 상대방에게도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걸 아이린은 분명히 자각하고 있고 셜록은 자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거임. 얜 그런 애니까여 -_-ㅗ 어우, 이 찌질한 허세쟁이들. 

문제는 얘네둘이서 찌질찌질 한심한 짓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 뒷감당을 존이 다해야 하니까 내가 일케 화가 나는 거예요. 아 화딱지나. 사건의 핵심에서 쏙 빼돌려져서는 홈즈 형제 전용 셔틀이나 하고 있는 존을 보면 내 속에서 천불이 일어나는데 문제는 이 남자가 지가 좋아서 저러고 있는 거라 그만 둬 소리도 못하겠다는 거지 ㅠㅠ 이 시바 난 옛날부터 홈즈가 왓슨을 홀대하는 걸 못 참아했지. 원작 읽으면서 분명 내 첫사랑은 홈즈였는데도 '어우 이 새끼, 왓슨이나 되니까 너같은 거랑 살아주지'라고 되뇌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음 ㅋㅋㅋㅋ 난 아무리 내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고 함께 살면 진짜 재미있고 객관적으로도 진짜 똑똑하고 잘난 친구놈이라도 나한테 저렇게 퉁박놓는 거 참아줄 자신없어 ㅋㅋㅋㅋㅋ 그 놈의 '스스로 빛나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의 천재성을 빛내주는' 운운에서도 난 무지 꽁기했는데 왓슨은 오히려 기뻐하더라 ㅠㅠ 저런 인간이랑 살면 저절로 저렇게 되나봐 ㅠㅠㅠ 
 
악감정만 한가득 토로해놨지만 솔직히 말해 저 언니가 '아이린 애들러'만 아니었어도 내 기분이 이렇게 꿉꿉하진 않았을 거 같음. 나 원래 도미네트릭스 + 팜므 파탈적인 이미지 좋아함. 좋아한다기보다는 상당히 관대함.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 건 부차적인 문제임. 어차피 원작에서도 왕의 정부였던 걸 생각해보면 그 시대 오페라 여가수가 지금처럼 온리 '노래+연기'만 했을 거 같진 않음.

셜록을 연심으로 좋아함 + 그래놓고 셜록을 이용해먹음 + 이용해먹었으면 우아하게 염치를 알며 퇴장할 것이지 모리어티를 들먹여가며 사람 자존심 벅벅 긁고 존나 매너없이 굼 + 결국 셜록에게 개발림 = 아이린 애들러??????

차라리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이린 애들러는 로다주홈즈를 진짜 좋아해서 자기가 위험을 무릅쓰는 귀여운 맛이라도 있지 이건 뭐...  진짜 모팻의 아이린 애들러를 본 후엔 영화판 애들러의 캐붕 정도는 신경도 안쓰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셜록+아이린--------(정서적 거리)------존의 구도는 무지 땡기는 거라. 그러니까 내가 싫어하는 상황인데도 소재로서 너무 흥미로움. 특히나 2시즌에서 존은 대놓고 아이린을 싫어하는데 이게 ㅋㅋㅋㅋ 맨 처음 아이린의 저택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어, 그럼 경찰을 좋아하시나 봐요?'하고 은근슬쩍 옆에 앉던 존의 모습과는 너무 대비되서 그럼. 숨쉬듯 자연스럽게 작업질을 시작하는 이 남자가, 셜록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정도의 매력녀를 흰 눈으로 보는 거임. 병아리 옆에서 꽥꽥거리는 어미닭도 아니고 ㅋㅋㅋㅋ 그리고 존은 아이린의 등장 이후 자신이 셜록에게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 에너지를 집중투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을 거임. 애인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우정이라니, 난 존의 여자친구들이 그 상황이 오기 전까지 참아준다는 게 더 신기함. 이성이든 동성이든 셜록이 아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면 그런 짓은 하면 안돼지. 아무튼 The Woman 사태 이후의 변화랄까... 그리고 분명 셜록 이 새끼는 존을 '당연시'하고 있음. 슬슬 존의 존재가 익숙해지고 '덜'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됐음. 한바탕 지지고 볶고 꼬이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린의 존재만큼 편리한 건 없음. 만약 2시즌 이후 내가 쓸 셜록 팬픽에서 아이린이 조금이라도 비중있게 등장한다면 그건 다 그녀의 존재가 '편리'하기 때문일거임. 솔직히 지금 심정으로는 모팻 버전 '아이린 애들러'에 대한 나의 감정은 경멸과 혐오 사이 중간 어드메에 있음.

모팻의 인터뷰를 원문으로 읽지는 못했지만 건너건너로 전해 듣기로 작가 왈, 아이린은 셜록의 거울상이고 아이린에 대한 셜록의 감정은 결국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이라는데 미안하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음. 오히려 매력적인 이성에 대한 (물론 셜록이니만큼 이 '매력'에 지적인 요소가 다분할 거라는 건 인정함) 끌림 외에 다른 것으로는 전혀 해석이 안됌. 난 셜록이 정말 아이린을 여자로서 좋아했다는 건 납득할 수 있음. 그 둘 사이에는 그럴만한 삘링이 가득 했음. 케미스트리가 아주 부글부글 끓었음. 근데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그 감정과 넘치는 화학작용들이 ㅋㅋㅋㅋ 자기애의 부산물이라는데는 정말 어이없었음ㅋ 모팻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변명같아서 ㅋㅋㅋ 그게 어딜봐서? 

....그나저나 난 왜 몇백년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이런 뻘소리나 끄적대고 있나몰라;; 심심한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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