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도원이를 공으로 밀어보자는 취지 하에 연성된 글감들만을 모았습니다. 두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단중장을 나누기엔 좀 애매한 분량이긴 합니다.
크로스 오버, RPS 있습니다.
묘사되는 행위의 수위는 19금인데 하나도 야하지 않더라는 비극적인 뒷사정이 있습니다. -.-; 어쨌거나 19금입니다. 미성년자에게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책 사양!!!>
문고판/19금/166p/컬러 유광표지/삽화有/가격은 8천원!
본격 책소개입니다. 펼쳐주세용~
1. 첫번째, 단편
Evolution _ 'Adaptation 외전'
커플링은 도원창이. 모 성인 커뮤니티에서 연재했고 모 앤솔에 수록되었던 중편 Adaptation의 외전입니다. 바이올런스는 본편에서 다했기 때문에 이쪽은 상대적으로 달달합니다. 초반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훼이크 -.-v
[샘플]
만약 박창이에게 머릿속에서 뭉클거리며 응결되는 욕망과 상념이 문장으로 정제되어가는 과정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있었다면 그는 문재가 있다는 평을 들었을 것이다. 창이는 평생 종이에 쓰기는 커녕 입에 담지도 않을 말들을 구상했다. 그리고는 그 많은 어휘와 복잡하고 난해한 만연체의 문장들을 아낌없이 퍼부어 오직 한 남자를 묘사했다. 나는 너를 안다. 아니, 너를 알았다. 다만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듯 태연하지만 네가 발 아래에 깔고 있던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브릴리언트 컷을 한 다이아몬드가 내뿜는 사천오백만개의 반사광이었더랬지. 사막의 중심에서 길어 올린 절대, 불멸, 무한과 같은 형용사가 치렁치렁한 주렴처럼 너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 네 앞에서 나는 잘 벼려진 망나니의 칼이었다. 베어낼때마다 피가 샘솟는 신목(神木)의 가지들을 미친 듯이 잘라내고선 마냥 웃었더랬지. 나는 저주따윈 무섭지 않았다. 죽어서 지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면 되려 섭섭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공평해. 치사하고 비겁하다. 이곳은 지옥이 아니다. 경성의 한 병원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너를 만나지 않았다. 사람 목숨을 벌레처럼 취급하는 잔인무도한 살인광 박창이가 아니라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아이에 불과하다. 아직 달아오른 남자의 육체가 주는 쾌락을 모르고 그저 아프고 고통스러워 울 뿐이다. 이것조차 내 악행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한다면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고 무슨 짓을 하든 너의 몰락과 붕괴는 나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필연이었다는 것인가. 악이나 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의 육체는 여리고 가냘팠다. 찢기고 멍드는 육체의 고통이 아닌 그 약함을 목도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진절머리가 나서 창이는 눈을 돌렸다. 어떻게든 그가 죽인 남자들, 그가 해체시킨 육체들과 절멸시킨 목숨들을 생각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불 위에 다른 불을 피워보았자 하나의 불에 불과한 것처럼 파괴 위에 덮인 파괴는 아무것도 가려주지 않았다. 비명과 애원이 물 위의 동심원처럼 퍼져나가 창이는 온 세상이 그의 수치스러움과 하찮음을 알게 될까봐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2. 두번째, 중편 (세 이야기 중에서 제일 깁니다)
이방인
커플링은 도원병헌, 박도원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불시착해 영화배우 이모씨의 집에 얹혀사는 얘기입니다.
[샘플]
병헌은 새삼스럽게 자기 집 소파 위에 길게 앉아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 나른해보였지만 병헌은 그가 고도의 집중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 저렇게 열성을 다해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달리 있을 것 같지 않아 병헌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그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다. 이 우주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좌표 어디에도 존재했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쳐다보면 보이고 손을 뻗으면 만져진다. 꽉 움켜쥔다고 해서 어디가 부서지는 것도 아니고 해보진 않았지만 힘껏 친다 해서 깨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림자가 있고 무게감도 있다. 거울 앞에 서면 거기에 비치기도 한다. 따로 내준 방이 점점 그 특유의 체취로 가득차고 병헌의 의도대로 정리정돈 되어있던 살림살이들에 점점 타인의 흔적이 배어드는 것이 선명한데도 병헌은 시시때때로 눈앞의 이 남자가 현존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감각과 이성이 충돌하는 경험이란 게 바로 이런 건가. 바라볼 때마다 머리가 고장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병헌은 방어기제처럼 웃어버렸다. 예뻐하는 후배랑 똑같은 얼굴이라는 건 악재였으면 악재였지 하나도 도움이 안됐다. 아예 생판 모르는 얼굴이라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이 현실에서 도망이라도 칠 수 있었을 텐데. 같은 얼굴이니까 오히려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게 확연하게 드러나서 자기최면도 걸 수 없었다. 수줍음 많고 낯가림도 심한 주제에 한번 친해지면 커다란 개처럼 다가와 애정과 신뢰를 마음껏 표현하는 우성이에 비해 박도원은 희로애락 중 어떤 감정이든 거의 드러내지 않았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든 우성이와 비교하면 70% 이상 모자라다. 감정의 폭은 비슷한 것 같은데 깊이가 얕았다. 그 얕은 깊이의 감정은 지속되는 시간조차 짧았다. 그런데 더 환장할 사실은 어떤 기분에 사로잡히든 거기서 금방 벗어나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아버리는 주제에 뒤끝은 엄청나다는 거였다.
3. 세번째, 단편
등가교환 - '이방인' 외전
커플링은 우성병헌, 이방인의 외전격입니다. 웹상에는 공개되지 않으며 따라서 샘플이 없습니다.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