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엑퍼클은 그래도 최소 세번은 봤던 거 같은데 엑데퓨는 훨씬 매끈하게 잘 뽑힌 영화라고 하면서도 3번씩 볼 마음은 안든다. 매튜 본은 진짜 끝내준다 싶었던 장면과 저게 뭐야 풉하고 뿜기는 장면이 좀 뒤섞여있었는데 반해 싱어는 뿜끼는 장면 하나도 없이 잘 만들었는데 진짜 끝내준다 싶은 장면도 나중에 되돌이켜 볼때나 생각나지, 또 보고 싶어서 못견디겠다 싶은 마음까지는 안드는 듯. 아니면 그냥 내가 늙어서 그럴 수도 쿨럭쿨럭;;
2. 새삼 예고편 재탕했더니 로그 ㅠㅠㅠㅠ 찍어놓고 최종 편집에서 날아간 장면이 엄청난 가보다. 아예 대본 바꾸고 재촬영한 장면도 있네.
3. 에릭색히는 엑스맨 1부터 일관성 있게 저런 색히였다. 엑스맨 1부터 차근차근보면 오히려 엑퍼클이 예외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임. 그때 딱 좀 물렁했고 (아직 매그니토가 되기 전이라) 원래 저런 놈 맞아여.... 겨스님은 1편부터 저 색히가 싸지르고 다니는 똥 치우느라 고생하셨더랬죠. 2편에선 거기에 스트라이커놈까지 끼어서 본의 아니게 인류멸망미수범까지 되고....ㅠㅠ 크흡. 어쩌다보니 의도치 않은 싱어 쉴드.
4. 에릭과 매그니토 모두 탄생의 기원 자체가 결핍과 상실이다. 그는 언제나 부모를 잃었다. 하지만 자기가 사랑했고 또 자기를 사랑해준 사람들 다 냅두고 하필이면 쇼우의 후계자를 자기의 정체성으로 선택하다니. 그건 불운도 뭣도 아니고 그냥 얘가 그런 애여서 그렇다. 매정하고 편협한 견해라는 건 알겠는데 나는 엑스맨 1편에서부터 매그니토의 간지에 우와~하면서도 이 영감탱이의 잔인함과 편협함을 못본척 넘어갈 수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어서. (자기가 언제든지 희생할 작정이면 남을 희생시켜도 되나? 전형적인 독재자 논리. 그럼 네가 먼저 좀 죽어보지 그래?)
5. 엑퍼클에서는 에릭이 찰스에게 의지했던 것만큼 찰스는 에릭에게 '의지'했던 적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엑데퓨에서 그게 아니라고 정면 반박해주니 딱히 반론할 거리는 없음. 그냥 첫사랑이었나보다 한다. 우리가 늘 우리의 애정과 헌신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마음을 주는 건 아니지 않는가. 당장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조차도 거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을 텐데. 물론 찰스가 에릭에게 배반당한 것에 통탄할 만큼 그를 사랑하고 의지했느냐고 물으면 난 할 말 없어지긴 하는데 엑데퓨에선 그렇다고 하시네요..... 암만 봐도 아닌 것 같은디......
6. 엑데퓨는 거대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정말 찰스의 얘기였고 그 사람이 전에 없이 '인간적'으로 묘사된 것도 사실이지만 난 이게 진짜 찰스 자비에라기보다는 자꾸만 찰스를 이해시키기 위해 입혀놓은 당의정 같아서 쩜쩜쩜.... 밴시의 죽음 앞에서도 복수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이 사람은 좀 싫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찰스 자비에란 인물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었던 지라 패스. 에릭놈은 사고치는 스케일이 너무 크고 이제 완전 매그니토가 되어버려서 정나미가 뚝 떨어진 반면 전쟁은 원하지 않지만 트라스크 놈은 죽이고야 말겠다는 레이븐/미스틱이 제일 정상인이라 ㅠㅠ 안쓰러웠음 ㅠㅠ 할 수만 있었다면 친구들이 죽었던 것과 똑같이 죽여주고 싶었을 텐데 ㅠㅠ 아예 몰랐으면 모르되 미래를 알게 된 이상 결과는 정해져있었던 거지만 2차를 찍고 보니 1차가 주로 찰스 위주 감상이었던 것에 비해 미스틱이 눈에 밟히더라.
7. 1차 감상에선 에릭도 레이븐도 서로에게서 찰스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에릭은 확실히 레이븐을 통해서 찰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하고 레이븐에게도 찰스를 미끼로 쓰는 게 보이는반면 레이븐은 꿈쩍도 하지 않아. -_-b 언니 멋져. 엑데퓨까지만 보면 레이븐은 확실히 에릭과도 찰스와도 함께 할 수 없다고 결정짓고 그대로 끝까지 밀고 나갈 것 같은 분위기. '아직도 찰스의 레이븐인가' 운운하며 레이븐을 꼬드기려고 했지만 흔들리기는 커녕 (뭐 찰스 얘기할때 조금 움찔한 것 같긴 해. 어디까지나 조건반사 수준으로 ㅋ) 존나 쿨하게 '당신에겐 충분하다는 게 없지'라고 받아치는 레이븐 짱. 거기에 진정으로 동요하는 에릭이놈 개꼬수웠음. 때리면 때리는 대로 다 맞고 있는 찰스도 짜증나지만 뺨 한대 맞으면 그 사람 사는 동네까지 찾아가 미사일을 쳐박아버리는 에릭 스타일도 레이븐에겐 감당이 안됐을 거임. 이로써 찰스에게 1차 차이고 레이븐에게 2차 차였음. 계속 차여라. 찰스에게 어째서 레이븐이 너에게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지 알겠다고 말한 지 반나절도 안지나서 찰스가 보는 앞에서 레이븐을 죽이려고 한 주제에.
8. 겉으로는 가도 가도 수라의 길을 걷고 있는 쪽은 에릭같아 보이지만 진짜 수라의 길을 가는 건 찰스 쪽이지. 이미 인간의 길이 아니야. 프로페서X는 허구헌날 우리가 정말로 인간보다 더 진화한 종족이라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파하고 다니는 데 난 이것만큼 심각한 기망행위를 본 적 없음. 당신, 유전학자인 주제에. 더 진화됐다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뮤턴트가 인간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인간과 뮤턴트는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이 오로지 동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게다가 '더 나은 존재'임을 보여줘야 한다니,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더 나음'의 기준이라니. 그런 거 충족할 수 있는 존재가 뮤턴트든 아니든 당신말고 또 있을 것 같지 않은데;; 프로페서X는 진짜 종족의 레벨에서 판단할 수 없는 생명체인 게 걍 팩트인 것 같고. 아마 엑데퓨가 이 사람에게 감정이입 비스무리한 거라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엑스맨들이 고생이 많다 ㅠㅠ 진짜 1인 카리스마로 지탱되고 있는 조직은 브라더후드가 아니라 엑스맨인 것 같애. 매그니토는 어디까지나 브라더후드의 '수장'인데 자비에 교수는 말이 교수지, 걍 교주임. 2편의 파이로같은 애들 제외하면 다들 자비에경전무오류설같은 거 진지하게 믿을 거 같음.
9. 소올직히~ 엑퍼클 엔딩에서 너무 말짱했던 터라 엑데퓨 초반의 드라마틱하게 망가진 것도 좀 어라? 싶었지만 전쟁 나고 학생들 징집당하고 밴시 죽는 상황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인간과 그들의 정부를 향해 뿜어냈을 증오와 분노를 모두 절망과 자기혐오로 환원시킨 게 엑데퓨 초반 찰스의 모습이라면 그냥저냥 납득은 간다. 하지만 난 그때조차도 그게 진짜 절망이라기보다는 좀 어리광처럼 보였음. 아니, 어리광은 다른 사람한테 부리는 거지. 일종의 슬럼프? 미래의 프로페서X를 만나자마자 갱생한 게 너무 급작스럽고 설득력 없었다는 의견을 보았는데 반쯤 동의하는 게, 내 눈에는 이 남자가 그렇게 격렬하게 로건에게 당신의 고통과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절규했던 것치고는 미래의 자신에게서, 그것도 인간의 발명인 센티넬로 인해 뮤턴트 전체가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지경에서까지 한번 더 희망할 것을, 한번 더 믿어볼 것을 청하는 자기자신에게 실소 한번 흘리지 않았다는 게 마치 준비된 지도자(...)처럼 보여서. 결국 찰스는 자기가 후회하지 않을 거란 증거가 필요했던 것 뿐인 거 같애. 그렇잖아. 어차피 그것 말고 이 남자가 뭘 하겠어? 어차피 이 남자 선택지엔 희망과 믿음 말고는 다른 게 없어. 다른 걸 할 수가 없는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걸 계속 밀고 나가기엔 회의가 생기니까 약쟁이가 되서 널부러져 있었던 거지. 마치 그림 그리는 것 말고는 먹고 살 재주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차라리 밖에 나가서 막노동이나 할까 싶지만 그래봤자 자기 깜냥에 병이나 얻어오지 그걸로 입에 풀칠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널부러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와중에 미래에서 난 아직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어라는 메세지가 온 거란 말이야. 그림으로 벌어먹고 살 수 있게 되었는지 말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냐. 그냥 살아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결말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지. 이건 심지어 미래의 자신에게서 온 구원도 아니야. 상황은 최악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네가 계속 하던 대로 했으면 좋겠어라고 미래의 자신이 말했다니까. 이건 구원이라기보다는 컨닝페이퍼에 가깝지.
10. 에릭 이 색히.... 봐줄만한 거라고는 하드웨어 밖에 없는 자식이 어디서 그따위 넝마를 또 주워입고..... 그냥 넝마가 아니라 세심하게 수작업으로 갖다붙인 보호판과 비대칭망토 때문에 더 뿜겨.
바지만 있으면 정말 아무데서나 주워입었구나 하겠는데 뭔가 가공을 했다는 게.... 핸드메이드일거라는 게.... 이 색히 엑퍼클때부터 유니폼은 언제나 수작업 하니ㅠㅠ 행크존잘님은 똑같이 수작업해도 저거보다 훨씬 낫던데 너는 왜 그 꼴이냐. 기왕 쇼우를 계승해서 깽판칠거면 쇼우 옷센스도 같이 물려받았으면 오죽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번 영화 디자이너 누구야! CG에다 예산 다 썼냐고 저게 뭐냐고 ㅠㅠ 미래쪽 유니폼 대충 다운그레이드해서 입혀도 저것보단 낫겠다며! 저 미묘한 삶은 바닷가재 색은 또 뭐야! 엉엉엉 ㅠㅠㅠ 진짜 엑퍼클 유니폼도 전대물 같다고 비웃는 사람들 있었는데 여기에 비하면 그건 오트쿠틔르 ㅠㅠㅠㅠ 찰스한테 히피풍 꽃무늬 셔츠를 입힌 거야 시대상이 그러하니 그냥 넘어가겠다만 사복만 입으면 간지가 초정리광천수처럼 솟구치는 애한테 연속 두 시리즈 내내 뭐하는 짓이냐고!
11. 미래에서 온 벤츠남 로건은 보면 볼수록 찰스를 위해 준비된 짝(...) 같음. 에릭은 말하자면 찰스의 프로페서X적 기질을 견디지 못하고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졌다면 로건은 프로페서X부터 만난 거니까. 지금의 찰스를 겨스님의 불완전하고 미숙한 버전으로 생각하면서도 또 그런 부분을 아껴줄 것 같단 말이지. 확실하게 감정소모 없이 보호자 포지션으로 눌러앉아준달까. 어차피 이 남자는 누가 곁에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고 무슨 짓을 해도 결국 프로페서X가 돼. 찰스가 가지고 있던 약점이나 여린 면 같은 것이 길 가에 허물처럼 버려지는 게 아무리 안타까워도 이건 가을이 오면 낙엽이 지는 거나 마찬가지인 순리 수준의 일인지라 본인에게 그 안타까움을 되새기게 만드는 것조차도 별 의미가 없음. 그렇다면 처음부터 작정하고 내조자(...)를 구하는 게.....;; 엑스맨 시리즈에서부터 남들 다 파는 로건스콧은 안파고 스콧이 요새 교수님은 나보다 로건을 더 아끼시는 거 같애 라며 진한테 징징거리는 거나 망상했던 전적이 이렇게 꽃을 피우누나. (이때는 커플링보다는 뭔가 대인관계의 역학관계? 구조? 이런 게 더 흥미로웠던 듯. 지금도 좀 그런 게 있음) 하지만 이 다정한 벤츠남은 50년 뒤에나 돌아오고 교수님과 로건이 다시 만날 때 이 남자는 '그럼 당신 코드네임은 뭔데? 바퀴?' 이딴 소리나 하겠지 ㅋㅋㅋ큐ㅠㅠㅠㅠㅠ
12. 행크는 엑스맨의 알프레드인가. 뭐 못하는 게 없다...... 교수님. 행크한테 발모제도 만들어달라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