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4시즌을 보았습니다.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402는 좋았어요. 302가 좋았던 것처럼 좋았습니다. 이상하게 시즌이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시즌 1과 시즌2는 중간에 낀 에피소드가 제일 별로인데 시즌 전체가 하향세인 시즌 3과 시즌 4에서는 중간 에피소드가 제일 제 취향에 맞네요. 아이러니합니다. 


이런 기분을 두고 뭐라 하던가요, 할 말 많지만 하지 않겠다? 


'나는 왜 이 작품이 구리다고 생각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장문의 글을 쓰는 것도 애정과 열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배신감과 분노도 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입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오랜 명언을 다시금 되새기며 저는 제발 셜록이 4시즌에서 끝나길 바랍니다. 4시즌에서 끝난다고 해도 아무 미련이 남지 않는 엔딩이었어요. 셜록과 존의 관계도 그렇지 않던가요? 셜록은 존이 가족임을 천명했고 둘이 같이 애까지 키우잖아요. 하아.... 다시 한번 할 말 많으나 하지 않겠다..... 


3시즌을 보면서 이 거대한 멘붕을 이미 예견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난장판을 보며 정말 이럴 줄 몰랐냐고 깔깔깔 웃고 싶어요.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예요. 별 거 없으리라고는 생각했었죠. 하지만 유령신부는 꽤 괜찮은 캐릭터 스터디였고 3시즌을 무마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리즈가 원래의 궤도로 오를 만큼의 동력은 확보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아주 약간했어요. 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 정도까지 망쳐놓을 줄은 몰랐어요. 


이 시리즈는 주어진 모든 기회를 낭비했어요. 더이상 회생은 없을 거예요. 등장인물들이 몽땅 전기쇼크라도 받아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리지 않는 이상 말이죠. 






 

1. 톰 히들스턴이 셜록 4에 쉐린포드 홈즈 역으로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루머를 접했다. 내 생애 이렇게 무언가가 루머이길 간절히 바래본 적이 없다. 아 시바 몰라 다 망했어

 

 

그래도 난 보겠지 어이구 이 호구색히 (2015. 9. 21.)



2. 팬픽션에도 질적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팬픽션은 어디까지나 '팬픽션'이기 때문에 용서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추어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원작이 제공하는 다양한 해석 중 팬픽션은 보통 그 중 한 해석을 선택하고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다른 해석은 배제해버리곤 하는데 이게 아무리 잘된 경우라해도 결국은 해석의 다양성을 줄여버리는 거지 않나. 하지만 이 시리즈 전체를 팬픽션으로 치부한다해도 시즌 1은 정말 괜찮은 팬픽션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 영웅'을 현대로 데려와 고기능 소시오패스로 만들고 얌전한 사이드킥이자 나레이터를 아드레날린 중독자로 만들어서 왜 이 둘이 불멸의 콤비인가를 보여줬지. 원작은 오히려 그냥저냥 시간의 힘으로 뭉개고 지나간 지점이었는데. 시즌 1이 팬픽션으로서 가닿을 수 있는 정점이었고 2시즌이 좀 마음에 안드는 재해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셜록 시리즈가 팬픽션이 아니라 하나의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뭘 시도하고자 하는지 보여주려고 애썼다면 시즌 3은 팬픽션 중에서도 가장 재미없는 팬픽션이었다. 원작의 공백 중에 가장 불필요하고 재미없는 부분만 골라서 메꾸고 갔음. 니들이 들을 리는 없겠지만 부디 제작진들에게 부탁하건데 셜록 홈즈의 과거는 컴버배치의 부모까지 데려와 홈즈 패밀리를 보여준 걸로 충분하니까 제발 셜록 홈즈가 약쟁이가 된 이유를 상실의 트라우마에서 찾는 짓만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음. 사람들이 잘 착각하는 게 결과가 흥미로우면 원인도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하고 온갖 프리퀼들을 만드는데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이기 때문에 흥미롭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임. 개를 잃었든 형을 잃었든 동생을 잃었든 가정교사를 잃었든 이유를 밝히는 순간 김이 새는 거라니깐! 



1. 해를 넘겨 돌아왔습니다. ㅠㅠ 혹여나 기다리신 분이 계시다면 그저 엎드려 사죄드릴 뿐입니다 ㅠㅠ 


2. 이 시리즈를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이유는 제가 오래된 원작 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ㅋㅋ 아주 괴상한 방법으로 원작의 우수성을 입증해주고 있는 TV시리즈입지요 ㅋㅋㅋㅋ



1. 갑자기 총알구멍이 너무 쓰기가 싫어졌다. 케이스픽이라고 그런 거라 생각하고 다운튼 애비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본 김에 시대극을 써보자 싶었다. 


2. 굿와이프를 봤다. 굿와이프를 보다보니 법정물에 대한 나의 유구한 애정과 집착이 생각나 예전에 정줄 놓고 휘갈겨두었던 걸 손 좀 봐서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몇몇 분들이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이유로 그 괴발개발을 섹시한 스토리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걸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케이스픽인데 어째서 이건 써지는 걸까?! 문제는 케이스픽이 아니었던 걸까?! 


3. 케이스픽이 원인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헉 설마 내가 드디어 호모질이 신물이 난 것이란 말인가! 엑데퓨의 에릭찰스가 심드렁했던 것도 내가 에릭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호모가 싫어졌기 때문이란 말인가! 하지만 총알구멍 어디에 호모가 있다고?! 착한 아이에게만 보이는 호모도 아니고! 


4. 결국 결론은 호모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셜록이 문제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건현장과 물증이 있을 때 추리의 주체를 셜록으로 잡으면 셜록의 천재성을 위해서는 사건 현장에서 바로 어느 정도의 진상을 태권도 유단자가 송판을 일격에 격파하듯 일필휘지로 파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진상을 다 알아버리면 케이스픽을 쓰는 이유가 없어진다. 따라서 현장에 바로 보이는 증거로부터 셜록이 알아낼 수 있는 부분과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하며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게 그냥 케이스픽보다 두세배는 더 귀찮은 작업이었던 것이다. 결국 셜록과 케이스가 함께 등장하는 모든 시놉시스가 아웃. 나의 OTP은 셜존이라고 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주구장창 존+셜록 외 기타 인물만 쓰고 있다.  


5. 그런데 요새 읽는 영문팬픽에서 씬이 나올라치면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보아 호모가 예전만큼 땡기지 않는 것도 사실인듯. 이게 다 3시즌 때문이다. 



1. 이 얘기는 다운튼애비 등 뭔가 19~20세기 초에 관련된 영상물을 볼때마다 되살아나는 듯. 


2. 덕분에 비둘기 날개와 순수의 시대를 재탕했습니다. 점점 고증은 안드로메다로... 심지어 순수의 시대는 동시대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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